자기소개 칸이 없는 소개팅 앱 — 프로필이 한 통의 편지처럼 펼쳐진다는 것
프롤로그에는 긴 자기소개 칸이 없습니다. 인사 한 문단이면 충분합니다.
빈 상자 앞에서 “나를 소개해보세요”라는 요구는 생각보다 폭력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앞에서 얼어붙고, 결국 어디서나 본 듯한 세 줄이 남습니다. 잘 쓰는 사람만 돋보이는 구조는 만남의 도구로서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소개는 편지의 첫 문단 — “안녕하세요,” 다음에 오는 인사 — 정도로만 두고, 나머지는 질문이 대신 묻게 했습니다.
프로필이 묻는 것은 몇 가지뿐입니다
가입할 때 묻는 것은 닉네임, 성별과 생년월일, 만나고 싶은 분, 사는 곳, 전화번호, 그리고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 두 장 이상입니다. 프로필에 나이는 만 나이로만 표시되고, 전화번호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편지에 담기로 한 경우에만 상대에게 전해집니다.
자기소개 한 문단, 키, 취미, 관심사, 나의 장점은 건너뛰어도 됩니다. 다만 자기소개는 상대가 내 프로필을 열었을 때 “안녕하세요,” 다음에 가장 먼저 읽는 글이라, 인사처럼 가볍게 한 문단만 써두면 좋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러 한 문단으로 제한했습니다.
질문이 대신 묻습니다
프롤로그의 프로필은 문답으로 쌓입니다. 매일 정오에 도착하는 오늘의 질문에 답을 남기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답을 골라 프로필에 올립니다. “다투고 난 뒤 화해로 가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혼자인 시간과 함께인 시간, 나에게 필요한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같은 질문에 남긴 답들이 곧 나의 소개가 됩니다.
질문은 연애와 결혼의 가치관을 향합니다. 끌림과 시작, 신뢰와 경계, 갈등과 화해, 돈과 경제관, 집안일과 역할 분담, 원가족과 양가 같은 스무 개의 주제가 하루씩 돌아가며 오기 때문에, 며칠만 답을 쌓아도 프로필에는 취향 한 줄이 아니라 이 사람이 관계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남습니다.
답은 한 번 쓰고 닫아두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필에 올린 답은 언제든 내리거나 다른 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어제의 답이 오늘의 나와 다르다면 바꾸면 됩니다. 그래서 프롤로그의 프로필은 가입할 때 한 번 완성하는 문서가 아니라, 매일의 문답과 함께 조금씩 고쳐 쓰는 편지에 가깝습니다.
백지에 쓰는 자기소개보다, 좋은 질문에 하는 대답이 그 사람을 더 잘 보여준다고 믿습니다. 자기소개는 잘 쓰는 사람의 글이지만, 대답은 모두의 글이니까요.
청첩장의 조판을 빌렸습니다
상대의 프로필을 열면 카드 목록이 아니라 한 통의 편지가 펼쳐집니다. 표지에 이름과 몇 개의 키워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질문과 답이 이어지고, 사진은 그 사이사이에 화보처럼 놓입니다. 끝은 서명입니다 — “마음을 담아, ○○ 드림.” 첫 번째 사진이 대표 사진이 되고, 나머지 사진은 글의 흐름을 끊지 않는 자리에 놓입니다.
청첩장을 떠올린 이유는 그것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처음 남에게 건네는 종이이기 때문입니다. 표지가 있고, 인사가 있고, 사진이 있고, 마지막에 이름이 있습니다. 읽는 사람은 훑지 않고 넘깁니다. 우리는 프로필도 그렇게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정보를 훑게 하는 화면과 이야기를 읽게 하는 화면은 같은 내용을 담아도 다르게 남습니다. 키와 직업이 먼저 보이는 화면에서는 조건이 첫인상이 되고, 질문과 답이 먼저 보이는 화면에서는 생각이 첫인상이 됩니다. 우리는 후자를 골랐습니다. 조건이 궁금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조건이 마지막에 오는 순서가 사람을 더 공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읽는 사람의 자리에서
오늘의 질문에 답을 남기면 그 자리에서 한 사람이 도착하고, 그 사람의 프로필이 이 편지의 모양으로 펼쳐집니다. 오늘의 질문에 그 사람이 남긴 답이 가장 먼저 보이고, 그 아래로 그 사람이 프로필에 올려둔 지난 답들과 사진이 이어집니다.
읽고 나서 마음이 닿으면 호감을 보냅니다. 이어가고 싶다면 300자 편지를 씁니다. 프롤로그에는 채팅이 없어서, 편지에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ID를 담아 건네는 것이 다음 걸음입니다. 편지로 시작하는 관계이기에, 프로필도 편지의 모양이어야 했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는 프롤로그가 있습니다. 당신의 프로필도,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첫 편지가 되기를.